'없어질뻔한맥주'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08.11.09 :: [Belgium/Korea] Hoegaarden 2
Review/Europe 2008. 11. 9. 12:18
  퀴즈 하나. 이것은 벨기에산 맥주다. 오렌지 맛이 살짝 맴도는 정통 화이트 맥주인 이것은 무엇일까요?

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주저않고 '호가든(Hoegaarden)' 이라고 답할 것이다. 그런데 요즘에는 이렇게 문제를 내기가 조금은 껄끄럽게 되었다. 쟁점은.. 벨기에산이 아니라는 것. 어? ... 자세한 이야기는 이제부터 시작하도록 하자.




제품명 : Hoegaarden
원산지 : 벨기에 (Belgium)
원료 : 맥아, 밀, 코리앤더(고수), 말린 오렌지 껍질, 호프
종류 : 화이트맥주 (White Beer / Weißbier)
알콜도수 및 용량 : 4.9%, 330ml
제조사 : InBev

<맥주 소개>
  많은 사람들이 아는대로 호가든은 벨기에의 맥주로, 원산지는 벨기에의 수도 브뤼셀에서 동쪽에 위치한 '호가든 마을' (..). 호가든 지방은 점토질의 비옥한 토양을 가지고 있었는데, 1445년에 호가든 지방을 찾은 수도사에 의해 '비여과 밀맥주' 주조법이 전수되자 품질 좋은 밀맥주가 생산되었다. 이후 호가든 지방은 품질 좋은 밀에서 나오는 맥주 덕분에 맥주산업의 중심지로 발전했고, 한 때는 인구가 6천여명 정도 되는 작은 마을에서 양조장이 30개가 넘었을 정도로 성황했다고 한다.

  지금은 전 세계적으로 인기가 있고, 예전에도 주민들에게 사랑받았던 호가든은 사실 없어질 뻔한 맥주였다. 20세기 초반이 되자 대량생산 맥주의 공세 앞에 자가 양조 맥주는 점점 문을 닫기 시작, 1957년에는 마지막 밀맥주 양조장인 톰신(Tomsin) 양조장이 폐쇄되었다. 이 때 피에르 셀리스(Pierre Celis)라는 영웅이 등장한다. 셀리스는 우유배달을 하면서 톰신 양조장에서 견습생을 했었고, 양조장 폐쇄가 안까워 밀맥주 살리기에 힘썼다. 부친의 자금지원 + 노련한 양조가의 도움 + 오랜 양조장에서 전래된 방식 + 색다른 원료 조합 + 피나는 열정과 노력으로, 9년만인 1966년에 등장한 것이 지금의 호가든이다. 호가든에 들어가는 귤피 등 독특한 제조법은 이 때 추가된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지금의 공법과는 조금 다른데, <뒷 이야기>에서 언급하도록 한다.) [각주:1]

  호가든의 색은 독특한 희고 탁한 노란색이다. 이는 1차 발효된 맥주에 효모를 주입하여 2차 발효시키는 고유한 방식이 만든 것.

<뒷 이야기>
  호가든이 원활히 생산이 되던 1985년, 양조장에 화재가 나는 절체절명의 위기가 발생한다. 당시 벨기에 최대 양조사인 인터브루(Interbrew)의 자금지원으로 위기를 넘겼지만, 인터브루는 자금 지원을 구실로 셀리스에게 맥주의 제조공법을 바꾸라는(!) 요구를 하게 된다. 이에 견디지 못한 셀리스는 회사를 인터브루에 매각하고, 자신은 미국 텍사스로 건너가 셀리스 맥주(Celis Brewery)社를 세우고 자신의 공법으로 다시 밀맥주를 만들기 시작한다.[각주:2]

  예전에 벡스(Beck's)에 관한 포스팅을 하면서 '안호이저부시인베브(Anheuser-Busch InBev)'라는 회사를 언급한 적이 있다. 그 회사의 제품을 나열했었는데, 다시 한 번 써보도록 하자. 버드라이트, 버드와이저, 스콜, 벡스, 호가든, 레페, 뢰벤브로이, 오비, 미켈롭, 내추럴 등. 뭔가 눈에 띄는 것 없는가? 바로 한국의 오비 맥주, OB가 들어가 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한다...

여기를 보면 아무것도 모르겠지만


어?



그렇다! 한국에서 생산되는 호가든은 벨기에산이 아니라 한국산이다! OB 맥주 공장에서 만드는 한국산이란 말인 것이다!





아 안 돼... 오가든이라니..


제품명 : Hoegaarden
원산지 : 벨기에 (Belgium)
생산지 : 한국 (Korea)
원료 : 맥아, 밀, 코리앤더(고수), 말린 오렌지 껍질, 호프
종류 : 화이트맥주 (White Beer / Weißbier)
알콜도수 및 용량 : 4.9%, 330ml
제조사 : InBev
제조업체 : 오비맥주주식회사.

아무래도 호가든의 설명을 이렇게 바꿔야겠다.

<Taste>
  호가든은 밀맥주 특유의 부드럽고 가벼운 맛을 바탕으로, 첨가된 귤피에서 풍기는 은은한 향이 일품이다. 첨가된 코리앤더는 원래 향신료로, 방향성 향과 옅은 단맛을 더해준다. 밀맥주 특유의 맛에다 탄산도 거의 없어 빨리 마시기에 좋다.
  그러나 오가든은 특유의 향이 많이 죽었고 좀 더 밍숭맹숭한 맛이다..

<Tip>
  호가든 하면 떠오르는 것은 육각형 모양의 호가든 전용 잔이다. 모양, 부피, 크기 등 모든 것이 맛과 향, 분위기를 즐길 수 있도록 제작되었다. 호가든 병의 뒷면에도 써 있는, '호가든 제대로 마시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1. 절반~ 3분의 2 정도를 글라스에 따른다.
  2. 맥주가 남아있는 병을 살살 흔들어준다.
  3. 나머지를 잔에 따라 마신다.

  흔들어 마시면 맥주 안에 침전되어 있는 효모가 맥주와 혼합이 된다. 호가든 안에 침전된 것이 보여도 효모가 있는 것이니, 상한 것이라 생각지 말고 마시도록 하자 ^^;

<Memory>
  딱히 뭐라고 기억이 남는건 아니지만.. 어찌된게 호가든은 수입할 때나 한국에서 생산할 때나 가격이 똑같은 것일까.. 버드와이저 같은 놈.


  1. http://efn.edaily.co.kr/Brandnews/newsTotalRead.asp?sub_cd=DJ&newsid=01134886583321456 [본문으로]
  2. 현재 셀리스社는밀러(Miller Brewery)에 인수되어 미시건 맥주(Michigan Brewery)로 개명하였고, 셀리스의 딸과 사위가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본문으로]

'Review > Europe' 카테고리의 다른 글

[FRANCE] Kronenbourg 1664  (3) 2009.05.11
[Denmark] Harboe Pilsner  (0) 2009.01.17
[Denmark] Harboe RED  (0) 2008.11.23
[Germany] BECK'S  (0) 2008.09.29
posted by nop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