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09.05.11 :: [FRANCE] Kronenbourg 1664 3
Review/Europe 2009. 5. 11. 22:43

제품명 : 크로넨버그 1664 (Kronenbourg 1664)
원산지 : 프랑스 (France)
원료 : 맥아(몰트), 옥수수, 호프, 효모, 물
종류 : 라거 (Lager)
알콜도수 및 용량 : 5%, 330ml
제조사 : Carlsberg and Heineken
제조업체 : BRASSERIES KRONENBOURG 67200 STRASBOURG FRANCE



프랑스에 와인만 있다고 착각하지 마시라!

  프랑스하면 떠오르는 것은? 에펠탑, 바게뜨, 와인... 보통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프랑스에 대한 인식일 것이다. 프랑스 식사를 상상해보라 하면 '프랑스식 만찬은 애피타이저부터 시작해서 고기와 레드 와인, 해산물 요리와 화이트 와인.. 그리고 샴페인과 꼬냑으로 이어지는...' 등등의 이야기가 오고가곤 한다. 프랑스 하면 와인을 생각하는 것.

  하지만 프랑스에도 와인 말고 자랑할 만한 것이 하나 더 있으니, 그것은 바로 맥주! 쉽게 상상하기 어려울 것이다. 프랑스에 여행을 다녀왔던 필자도 남은 기억이라곤 마트에서 맥주는 구경도 하지 못하고, 한국에선 엄청나게 비싼 와인을 싸게 왕창 사다가 호텔방에서 바다를 내려다보면서 병째로 원샷했던 것이 크게 자리잡고 있으니 말이다. 그런 편견을 깨는 프리미엄 맥주가 있으니, 바로 'Kronenbourg 1664 (이하 크로넨버그)'이다.



345년의 유구한 역사를 아시나요?

  1664년은 어떤 해였을까. 한국은 조선시대 현종 5년으로, 임진왜란이 끝나고 (인정하기 싫지만) 당파 싸움이 한창인 때였고, '환향녀'라는 말이 널리 쓰이기 시작한 시기였으며, 이웃나라 일본은 에도 막부가 자리를 잡기 시작한 때였다. 요하네스 베르메르가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를 그린 해가 바로 1664년이며, 뉴턴이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한 것이 1665년이니, 이 정도면 꽤나 옛날이라고 할 수 있겠다.

  크로넨버그는 이런 '옛날'부터 만들어졌다. 상표에 자리잡은 1664는 바로 맥주가 처음 만들어지기 시작한 해를 나타낸다. 1664년, Geronimus Hatt이 스트라스부르(Strasbourg) 대성당 옆에 Canon Brewery를 설립한 이후 현재까지 회사가 이어지고 있다. 현재의 상표는 제 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바꾸게 된 것.



에일의 영향을 받은 라거 맥주의 대명사가 되다.

  프랑스 맥주 중에서는 독특하고 향기로운 알자스산 홉[각주:1]과 신선한 물 때문에, 독일과의 국경에 위치한 알자스 지방[각주:2]의 맥주를 제일로 쳐준다. 덕분에 크로넨버그는 2005 International Brewing Award 금메달 수상, 프랑스 맥주시장의 40%를 장악하는 판매량 1위, 서유럽 맥주 판매량 2위의 프랑스를 대표하는 슈퍼 프리미엄 라거가 되었지만, 사실 그 시작은 에일(Ale) 맥주에서부터였다. 그래서일까, 크로넨버그는 라거이면서도 에일의 향취를 느낄 수 있다.

  크로넨버그는 제 맛을 느끼려면 섭씨 3~5도가 적당하다고 한다. 첫 맛은 가볍다. 탄산도 적고, 적당한 산도를 유지하여 목넘김도 매우 부드러운 편. 거품은 적은 편으로, 부드러운 크림처럼 미세한 거품이 난다. 옛날 음료수 '크리미'가 조금 김이 빠지면 목넘김이 부들부들하게 잘 됐는데, 흡사한 느낌을 준다.

  끝 맛은 묵직한 편이지만, 그렇다고 아주 무거운 맛은 아니다. 라거(Lager)의 쓴 맛은 아니고, 비터(Bitter)의 쓴 맛에 조금 가깝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앞에서 말한대로, 완전히 쓴 맛도 아닌 어정쩡한 맛. 오히려 달달한 맛이 입에 감도는데, 여기에는 특유의 향이 나기 때문이다. 과일향과 매우 흡사한 이 향은... 맞춰보시라 ㅋ[각주:3]

  크로넨버그는 사람에 따라 호불호가 쉽게 갈리는 맥주다. 부드러운 탄산과 맛으로 꿀꺽꿀꺽 넘기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환영받기도 하지만, 이도 저닌 중간적인 맛에 밍밍함이 특징이라며 독설을 내뱉는 사람도 있다. 대체적으로 부드럽지만 밸런스는 잘 갖춘 편이라 필자는 그래도 선호하는 편.



그러나, 무너진 프랑스의 자존심.

  크로넨버그는 한 때 프랑스 최대의 식품업체 그룹 BSN의 중심적 존재였다. BSN은 본래 유리 제조업체(..)였는데, 플라스틱과 금속 포장으로 인해 입지를 위협받게 된다. 포장에 중점을 두던 BSN은 시선을 돌려 내용물에 초점을 맞춰 사업을 확장, 유리 사업을 매각했다. 그리고 태어난 것이 에비앙(Evian), 요구르트 다농을 거느린 프랑스 최대의 식품 제조업체 다농(Danone)그룹. 그만큼 크로넨버그는 프랑스의 자존심이었다.
 
  에... 프랑스의 맥주를 무시하지 말라고 한참을 신나게 떠든 후에 한 마디하긴 뭣하지만, 요 몇년간 프랑스인의 심기를 건드릴만한 사건들이 일어났다. 2000년, 라이벌 국가인 영국의 Scottish & Newcastle(S&N)에 크로넨버그 맥주가 팔렸는데, 이 때 프랑스인들은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각주:4] 2008년에는 네덜란드의 하이네켄과 덴마크의 칼스버그 사가 S&N을 인수함으로써 국적은 또 한 번 바뀌게 된다.

  혹자는 크로넨버그의 병 모양이 에펠탑의 모양을 닮았다고 한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지금의 병모양은 2000년에 S&N에 인수될 때 리뉴얼 된 것이라고...


  1. 알자스산 홉은 '홉 중의 캐비어' 라는 별명이 붙어있다. [본문으로]
  2. 그렇지만 맥주순수령은 지키고 있지는 않다. 색을 내기 위한 캐러멜이 첨가되기도 한다. [본문으로]
  3. 정답은 벌꿀향이라고. 개인적으로 단 맛이 나는 것은 원료에 들어간 옥수수의 영향이라고 생각한다. [본문으로]
  4. 현재 프랑스에서 양조되기도 하지만, 영국의 Berkshire 와 Manchester (Royal) 양조장에서도 만들어지고 있다. [본문으로]

'Review > Europe' 카테고리의 다른 글

[Denmark] Harboe Pilsner  (0) 2009.01.17
[Denmark] Harboe RED  (0) 2008.11.23
[Belgium/Korea] Hoegaarden  (2) 2008.11.09
[Germany] BECK'S  (0) 2008.09.29
posted by nop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