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olumn ☆ 2008. 11. 24. 23:46
한국에서 맥주 마실 때 불평할 수 밖에 없는 이유 (1) - 생맥주편

  생맥주에 대한 환상이 깨지신 분들은 대부분 '깨끗하니까', '맛의 변화가 적으니까' 같은 이유를 들며 다음 차례로 병맥주를 찾게 될 것이다. 맞는 말이지만, 그렇다고 병맥주만을 찾기에는 뭔가가 섭섭하고 허전하다.

  일단 가격이 만만찮다는 점이다. 당장 집 근처의 마트나 편의점을 가보자. 전체적인 맥주 가격은 비싼 편이다. 대부분의 맥주는 2천원을 넘고, 2천원 이하의 맥주는 국산 맥주 대부분과 버드와이저(Budweiser)[각주:1], 하버 필스너(Harboe Pilsner), 하버 레드(Harboe Red) 등의 일부 수입맥주가 있을 뿐. 그에 비해, 일본 편의점에서는 기린 이치방(一番)과 에비스가 각각 200엔, 230엔에 팔리고, 독일에서는 바스타이너 한 병이 0.5 유로 밖에 하지 않는다. 이와 비교하면 한국에서 마실 수 있는 병맥주의 가격은 너무 비싸다고 불평을 해도 하등 잘못된 것은 아닐 것이다. [각주:2]

  여기에 반론으로, 당연히 수입 맥주는 유통과정이 복잡하고 길기 때문에 비싸다는 의견을 내세울 수 있다. 그러면 국산 맥주 중에서도 비싼 것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한국에서 '호가든 (Hoegaarden)'은 수입해서 접할 수 있었는데, 얼마 전부터 한국에서도 생산하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격은 수입할 때와 같다.[각주:3]

  그렇게 불만이면 비교적 값이 싼 국산 맥주를 사먹으면 되지 않느냐는 주장도 나올 수 있지만, 모두가 그에 대한 대답을 할 수 있다. 근본적으로 많은 국산 병맥주는 맛이 없다!

  맛이 없는 가장 큰 이유는 재료에 있다. 애초에 맥주는 물, 호프, 맥아로 구성이 되어야 하는데[각주:4], 양조단가를 낮추겠다고 옥수수 전분 등 맥아보다 저렴한 곡물을 섞으니 맛과 향이 떨어질 수 밖에. 국산 맥주 중에서 100% 보리로 만든 맥주는 하이트 프라임 정도 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밀러(Miller)와 삿포로 실버컵과 같이 옥수수를 다량 포함하고 있는 맥주들보다도 풍미가 약하니 기술력이 달리는 것도 추가할 수 있는 내용이겠다.


당연히 보리로 만들어야 하는 맥주에 '100% 보리로 만든 맥주'라고 자랑하니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1. 그나마 버드와이저는 한국에서 생산한다. [본문으로]
  2. 일본 여행을 갔던 2005년에는 100엔당 환율이 1000원이었고, 유럽 여행을 갔던 2006년에는 1유로당 환율이 1250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할 것이다. 이를 인정 못 한다면 LeeMan Bros. 를 욕하도록 하자. [본문으로]
  3. 맛은 더 없어졌다. 링크를 참조. [본문으로]
  4. http://nopi.tistory.com/entry/맥주-순수령이란 [본문으로]
posted by no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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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lumn ☆ 2008. 11. 23. 13:49
  술을 좋아하시는 분들은 물론,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더라도 여행을 다녀보면서 맥주 한 잔쯤 안 한 분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대학생을 위시로 한 젊은 사람들은 유럽여행이나 가까운 중국, 일본 여행을 갔다 온 사람도 꽤나 있을텐데,  현지의 맥주를 마시고 나서 한국의 맥주가 맛이 없다고 불평을 늘어놓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한국의 술을 좋아하는 사람의 숫자나 그 질에 있어서도 일본이나 유럽에 버금간다고 생각하는데, 유독 한국의 맥주는 맛이 없는 편이다.

  맥주라는 녀석은 관리를 잘 해주지 않으면 안 되는 까다로운 녀석이다. 먼저 생맥주의 경우를 보자. 한국의 대부분의 술집은 생맥주를 거의 같은 회사에서 받아 쓰는 형편이기 때문에(안타까운 현실이다 -_-) 실제로는 맛이 같아야 하겠지만, 당연히 다 똑같지는 않아 술집마다 생맥주의 맛이 다른 경우가 있다. 어떤 악덕 주점이 불순물을 넣었을지도 모르고 어떤 집이 더 맛있게 만들었을지도 모르지만, 기본적으로 이 차이는 관리를 어떻게 해줬는가 에서 발생한다. 그뿐만 아니라 전체적으로도 맛이 없고.

  생맥주는 효모(yeast)가 살아 있다는 의미로 생(生) 자를 붙이는 것이다. 효모가 계속 살아서 맛을 내는 것이 생맥주란 소린데, 문제는 이 효모를 관리하는 데 있다. 효모는 온도에 매우 민감한데, 효모가 살아서 맥주의 맛을 가장 잘 살리는 것이 2~3℃ 정도라고 한다. 맥주 관계자들이 이것을 모를리가 없다. 당연히 공장에서 출하해서 나오는 맥주는 온도를 잘 지켜서 나온다. 이제부터가 (타국의) 맛있는 맥주와의 차이점을 만든다. 일본같은 경우는 냉장차를 동원해서 생맥주를 운송하는 반면, 한국은 소형 트럭 뒤에 궤짝 담듯이 담아서 온다는 것!(혹자는 LPG 가스통 싣는 것과 똑같다 하였다 =ㅂ=) 그나마 겨울이라면 낫지, 여름같을 때는 오르락 내리락 하는 온도에 관리가 될리 만무하다.

LPG만 생맥주 통으로 바꾸면 딱이다.


  한국 생맥주가 '전반적으로' 맛이 없는 이유는 온도 차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 그렇다면 각 판매점마다 파는 맥주 맛은 왜 다를까?



 
생맥주 관을 청소를 안 해주면 생기는 찌꺼기. 이것이 바로 맥주를 맛없게 하는 '비어 스톤(Beer Stone)'이다. 관리를 잘 하는 집은 맛이 있는 것이고, 관리를 안 하는 집은 맛도 없고 냄새도 나고... 일본에선 매뉴얼대로 위생적으로 매일 소독하고, 독일에선 법으로 관청소를 매일 2시간씩 하게 되어 있다고 하니 당연히 맛있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눈으로 봐도 확연히 보이지 않는가? 맛있는 생맥주를 먹고 싶으면 단골집에 가서 호스 청소를 해달라고 하는게 우선일 것이다.


사진 출처 : 2008년 6월 20일에 방영된 KBS 이영돈 PD의 소비자고발.
posted by no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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