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olumn ☆ 2009. 1. 10. 12:57

  얼마 전 호가든에 대한 글을 쓰면서, 호가든을 한국에서 생산하면서 생긴 맛의 변화에 대해서 대놓고 깐적이 있다. 그리고 어느 날 웹서핑을 하다가 발견한 이 포스트는 가히 충격적이었다! 아사히마저.. (후략)[각주:1] 이쯤 되면 한 번쯤 '맥주의 글로벌화와 생산의 현지화'라는 개념으로 한 번 얘기를 풀어봐야 할 것 같다.


  과거의 맥주 소비

  맥주가 만들어진 후로부터 아주 오랫동안은, 맥주의 소비가 지금처럼 넓은 지역에서 쉽게 이뤄지지 않았다. 무슨말인가 하면 예전에는 지금의 독일처럼 맥주를 자가생산이나, 지역생산의 개념으로 생산하고 소비하였다는 말이다.[각주:2] 그러던 것이 유통망이 잘 갖춰지면서부터 전국적으로,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맥주를 낳게 하였다. 하이네켄, 산 미구엘, 버드와이저, 밀러 등의 맥주가 그 혜택을 입은 대표적 예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럼에도 맥주의 맛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인, 소위 말하는 '물 맛' 때문에 지금까지 생산지는 바꾸지 않는 것이 대부분의 관행이었다.


  '물 맛'

  물 맛이 뭐가 중요하냐고 묻는 사람이 있다면 이렇게 물어보고 싶다. 정수기 물과 깊은 산 속 약숫물과 맛이 같냐고. 같다고 하는 사람에게는 뭐라고 해줄 말이 없긴 하다(하긴 내 주위엔 소주와 맥주가 같다고 하는 사람도 있기도 하다!). 물의 맛도 그리 느껴질 터인데, 그 물을 기반으로 하는 맥주의 맛이 물에 따라 달라지는 것은 하등 설명할 필요도 없는 것이다. 칭다오 맥주 회사를 설립할 때, 회사를 설립한 독일인들이 청도 지역의 물 맛에 반해 맥주회사를 지었다는 이야기는 너무나 유명하다.[각주:3]


  하지만 대세는 바뀌었다.

  그렇지만 이제는 시대가 바뀌었다. 맥주의 품질도 품질이지만, 시장에 맞는 환경을 맞추기 위해서 그들만의 정통성을 파괴하는 일도 생기는 것이다. 한국의 OB를 비롯해 미켈롭, 버드와이저, 호가든 등을 가지고 있는 인베브(InBev) 같은 경우를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버드와이저는 물론이거니와, 이제는 호가든 마저 원액을 수입해서 한국에서 만들어 팔고 있지 않은가. 덕분에 맥주의 맛이 변한건 사실이다.

  모든 일에는 일장일단이 있는 법이다. 맥주의 맛이 변하면서도 그들이 원하던 것이 있었기에 맥주 공장을 현지화했을 것이다. 무엇이 그것을 바꿨을까. 당연히 회사 입장에서는 손익이 맞기 때문에 이런 일들을 시도했을 것이다. 아무리 맛이 좋더라도, 맥주를 매 병마다 외국에서 수입해 온다면 소비자가 살 수 있는 금액은 더욱 올라간다. 그렇다면 시장 판매가 오히려 줄 수 있으므로, 공장을 현지화해서 공급을 원활히 하려하는 것이다. 실제로 버드와이저의 경우, 한국에서 생산하면서 가격이 상당히 낮아진 것을 관찰할 수 있다. 이러한 시도를 통해 맛이나 이미지를 조금 손해보면서, 실제로는 이득을 보는 '장사'를 하는 것이다. 결코 배려 차원에서 이뤄지는 일은 아니라고 할 수 있겠다.


  바라는 것이 있다면

  맥주 맛을 구분 못 하는 사람을 나쁘게 말하는 것은 아니라고 먼저 말해두고 싶다. 그렇지만 분명 맥주를 즐기며, 그 맛을 즐기는 사람은 많다. 자본주의 논리에 의거한 회사의 행동들이 결코 애주가들을 위한 배려라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앞으로 맥주의 글로벌화에 따른 생산의 현지화는 피할 수 없는 일이 되겠지만, 그것이 마냥 각 맥주의 정통성을 해치는 방향으로 진행하기만 하면 안 될 것이다.

  무엇보다도 현실적인 것으로, 명분에 맞게 실제 행동도 따라줬으면 하는 것이다. 버드와이저 같은 경우는 가격을 낮추는데 성공했지만, 호가든 같은 경우는 한국에서 생산한 이후에도 수입했을 때와 똑같은 가격이다. 그 동안의 이미지만 깎아먹는 일인데, 최소한 이런 명분에도 맞지 않는 처사는 없어야 하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궁극적으로는 어디서 만들어도 맥주의 맛이 최대한 비슷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물론 어려운 일이라는 것은 알지만 말이다.


P.S : 1월 10일자로 기사가 하나 떴길래 링크 걸어봅니다.

‘호가든 vs 오가든’ 물 바뀌면 술맛도 달라진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지요?


  1. 며칠 전 사온 아사히는 아직 일본 산이긴 했지만... [본문으로]
  2. 독일에는 "맥주공장의 굴뚝 그림자가 미치는 범위 내에서만 맥주를 마셔라" 라는 말이 있다. [본문으로]
  3. http://nopi.tistory.com/entry/China-%E9%9D%91%E5%B3%B6 [본문으로]
posted by no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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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lumn ☆ 2008. 11. 24. 23:46
한국에서 맥주 마실 때 불평할 수 밖에 없는 이유 (1) - 생맥주편

  생맥주에 대한 환상이 깨지신 분들은 대부분 '깨끗하니까', '맛의 변화가 적으니까' 같은 이유를 들며 다음 차례로 병맥주를 찾게 될 것이다. 맞는 말이지만, 그렇다고 병맥주만을 찾기에는 뭔가가 섭섭하고 허전하다.

  일단 가격이 만만찮다는 점이다. 당장 집 근처의 마트나 편의점을 가보자. 전체적인 맥주 가격은 비싼 편이다. 대부분의 맥주는 2천원을 넘고, 2천원 이하의 맥주는 국산 맥주 대부분과 버드와이저(Budweiser)[각주:1], 하버 필스너(Harboe Pilsner), 하버 레드(Harboe Red) 등의 일부 수입맥주가 있을 뿐. 그에 비해, 일본 편의점에서는 기린 이치방(一番)과 에비스가 각각 200엔, 230엔에 팔리고, 독일에서는 바스타이너 한 병이 0.5 유로 밖에 하지 않는다. 이와 비교하면 한국에서 마실 수 있는 병맥주의 가격은 너무 비싸다고 불평을 해도 하등 잘못된 것은 아닐 것이다. [각주:2]

  여기에 반론으로, 당연히 수입 맥주는 유통과정이 복잡하고 길기 때문에 비싸다는 의견을 내세울 수 있다. 그러면 국산 맥주 중에서도 비싼 것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한국에서 '호가든 (Hoegaarden)'은 수입해서 접할 수 있었는데, 얼마 전부터 한국에서도 생산하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격은 수입할 때와 같다.[각주:3]

  그렇게 불만이면 비교적 값이 싼 국산 맥주를 사먹으면 되지 않느냐는 주장도 나올 수 있지만, 모두가 그에 대한 대답을 할 수 있다. 근본적으로 많은 국산 병맥주는 맛이 없다!

  맛이 없는 가장 큰 이유는 재료에 있다. 애초에 맥주는 물, 호프, 맥아로 구성이 되어야 하는데[각주:4], 양조단가를 낮추겠다고 옥수수 전분 등 맥아보다 저렴한 곡물을 섞으니 맛과 향이 떨어질 수 밖에. 국산 맥주 중에서 100% 보리로 만든 맥주는 하이트 프라임 정도 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밀러(Miller)와 삿포로 실버컵과 같이 옥수수를 다량 포함하고 있는 맥주들보다도 풍미가 약하니 기술력이 달리는 것도 추가할 수 있는 내용이겠다.


당연히 보리로 만들어야 하는 맥주에 '100% 보리로 만든 맥주'라고 자랑하니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1. 그나마 버드와이저는 한국에서 생산한다. [본문으로]
  2. 일본 여행을 갔던 2005년에는 100엔당 환율이 1000원이었고, 유럽 여행을 갔던 2006년에는 1유로당 환율이 1250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할 것이다. 이를 인정 못 한다면 LeeMan Bros. 를 욕하도록 하자. [본문으로]
  3. 맛은 더 없어졌다. 링크를 참조. [본문으로]
  4. http://nopi.tistory.com/entry/맥주-순수령이란 [본문으로]
posted by nopi
:
☆ Column ☆ 2008. 11. 23. 13:49
  술을 좋아하시는 분들은 물론,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더라도 여행을 다녀보면서 맥주 한 잔쯤 안 한 분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대학생을 위시로 한 젊은 사람들은 유럽여행이나 가까운 중국, 일본 여행을 갔다 온 사람도 꽤나 있을텐데,  현지의 맥주를 마시고 나서 한국의 맥주가 맛이 없다고 불평을 늘어놓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한국의 술을 좋아하는 사람의 숫자나 그 질에 있어서도 일본이나 유럽에 버금간다고 생각하는데, 유독 한국의 맥주는 맛이 없는 편이다.

  맥주라는 녀석은 관리를 잘 해주지 않으면 안 되는 까다로운 녀석이다. 먼저 생맥주의 경우를 보자. 한국의 대부분의 술집은 생맥주를 거의 같은 회사에서 받아 쓰는 형편이기 때문에(안타까운 현실이다 -_-) 실제로는 맛이 같아야 하겠지만, 당연히 다 똑같지는 않아 술집마다 생맥주의 맛이 다른 경우가 있다. 어떤 악덕 주점이 불순물을 넣었을지도 모르고 어떤 집이 더 맛있게 만들었을지도 모르지만, 기본적으로 이 차이는 관리를 어떻게 해줬는가 에서 발생한다. 그뿐만 아니라 전체적으로도 맛이 없고.

  생맥주는 효모(yeast)가 살아 있다는 의미로 생(生) 자를 붙이는 것이다. 효모가 계속 살아서 맛을 내는 것이 생맥주란 소린데, 문제는 이 효모를 관리하는 데 있다. 효모는 온도에 매우 민감한데, 효모가 살아서 맥주의 맛을 가장 잘 살리는 것이 2~3℃ 정도라고 한다. 맥주 관계자들이 이것을 모를리가 없다. 당연히 공장에서 출하해서 나오는 맥주는 온도를 잘 지켜서 나온다. 이제부터가 (타국의) 맛있는 맥주와의 차이점을 만든다. 일본같은 경우는 냉장차를 동원해서 생맥주를 운송하는 반면, 한국은 소형 트럭 뒤에 궤짝 담듯이 담아서 온다는 것!(혹자는 LPG 가스통 싣는 것과 똑같다 하였다 =ㅂ=) 그나마 겨울이라면 낫지, 여름같을 때는 오르락 내리락 하는 온도에 관리가 될리 만무하다.

LPG만 생맥주 통으로 바꾸면 딱이다.


  한국 생맥주가 '전반적으로' 맛이 없는 이유는 온도 차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 그렇다면 각 판매점마다 파는 맥주 맛은 왜 다를까?



 
생맥주 관을 청소를 안 해주면 생기는 찌꺼기. 이것이 바로 맥주를 맛없게 하는 '비어 스톤(Beer Stone)'이다. 관리를 잘 하는 집은 맛이 있는 것이고, 관리를 안 하는 집은 맛도 없고 냄새도 나고... 일본에선 매뉴얼대로 위생적으로 매일 소독하고, 독일에선 법으로 관청소를 매일 2시간씩 하게 되어 있다고 하니 당연히 맛있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눈으로 봐도 확연히 보이지 않는가? 맛있는 생맥주를 먹고 싶으면 단골집에 가서 호스 청소를 해달라고 하는게 우선일 것이다.


사진 출처 : 2008년 6월 20일에 방영된 KBS 이영돈 PD의 소비자고발.
posted by no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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